게임 디자인 쪽은 그나마 좀 하는 편이긴 한데 (내가 가진 재능들 중에서 그렇다는거지 남들보다 그렇다는건 아님) 과금쪽은 유수의 전문가들이 널려있는 가운데 이런걸 써서 뭘 하나 싶긴 하지만, 개인적인 정리 차원에서 써보기로 한다. 들어가기 전에 혹시나 싶어 한 마디 써두자면, 실질적으로 ‘퍼드가 왜 돈을 잘 버는가’는 시장의 상황이라던가 유저의 트렌드와 같은 다양한 부분에 걸친 여러 이유들 때문일 것이다. 하지만 난 그런걸 잘 몰라서 말단 게임 디자이너의 자리에 있는만큼, 이 글은 ‘게임 디자인에 스며들어 있는 과금 요소’ 들에 대해서만 다룬다. 게임 디자인 외적인 과금 관련 부분에 대해서는 다루지 않는다.
1. 유혹하는 과금
퍼드는 과금 체계 부분에서도 멋진 구도를 가지고 있다. 이 게임에서 돈을 쓸 수 있는 부분은 물론 여러 방면으로 다양하지만, 그중에서도 특히 ‘성장’에 관련된 부분이 집중적으로 ‘돈을 긁어내도록’ 짜여져 있다.
앞서 포스팅에서 나는 이 게임의 성장이 수직적인 성장 (레벨업) 뿐 아니라 수평적인 확장 (유닛의 가짓수 늘리기) 도 중요한 비중을 차지한다고 말했다. 둘 중 하나가 부족하면, 전체적인 성장이 다소간 삐걱거리도록 되어 있다. 그리고 과금은 둘 모두에게 중요한 요소로 동작한다.
일단 설명이 손쉬운 유닛의 종류 다양화부터 얘기해보자. 퍼드에서 더 많은 종류의 유닛을 가지기 위해 가장 편리하고 빠른 방법은? 레어 에그를 긁는 것 즉 돈을 쏟아붓는 것이다. 던전 드롭을 노려보자니 생각만큼 드롭이 잘 되지 않는다. 확정 드롭을 하는 던전 (지옥급) 이 있긴 하지만 거길 가려면 상당한 수준의 전력을 이미 갖추고 있어야만 한다. 간단하게 레어 에그를 몇 개 긁으면 새로운 – 게다가 성능이 꽤 좋은 – 유닛을 얻을 수 있다. 당연하게도 과금 의욕을 고취시켜 과금전사로의 명예를 드높이고픈 욕정에 불타게 만든다.
유닛의 레벨업은 어떨까? 언뜻 보기엔 과금과는 크게 관계없어 보인다. 그러나 질러 본 사람은 안다. 돈을 지르면 유닛의 레벨업이 얼마나 빨라지는지. 유닛을 레벨업시키기 위한 아이템인 ‘강화 재료’ 는 테크니컬 던전에서 얻은 펭공을 진화시키거나, 사파/에메/루비/메탈/골드 드래곤류를 잔뜩 모으는 것이다. 어느 쪽이나 드래곤류의 강화 재료가 반드시 필요하다. 드래곤류의 강화 재료를 빨리 얻는 가장 좋은 방법은 하루에 세 번 각기 한 시간씩 열리는 던전을 잽싸게 클리어하는 것이다. 이 던전을 클리어하는건 전혀 어렵거나 힘들지 않다. 단지, ‘스태미너’의 부족이 문제가 될 뿐이다.
스태미너 자체가 이 게임에서 일종의 행동력이기 때문에 개입하지 않는 분야가 없긴 하지만, 레벨업에 필요한 재료를 모으는 일에는 특히 스태미너의 ‘집중’이 중요하다. 스태미너의 총량보다는 ‘제한된 시간 내에 얼마나 스태미너를 집중적으로 사용할 수 있는가’가 관건이 되는 것이다. 그리고 스태미너를 집중시키기 위한 가장 손쉽고 편리한 방법은 역시 ‘돈을 지르는’ 것이다.
요약 : 퍼드에서 수평적 확장과 수직적 성장을 위해 가장 손쉽고 효율적인 방법은 돈을 쓰는 것이다.
퍼드에서는 수직적 성장이나 수평적 확장이나 돈을 쓰는 것이 가장 손쉽고 효율적인 방법이다. 이 방법은 어렵지도 않다. 퍼드와 관련하여 거론되는 인터넷 상의 많은 기사들은 상당수가 그 점유율이나 게임에 얽힌 이러저러한 에피소드보다는 ‘매출’ 이다. 퍼드의 과금 유혹은 당신이 퍼드에서 길을 잃었다가 문득 고개를 들었을 때, 어느 방향에서든 당신을 향해 손짓하고 있다.
물론 그렇다고 과금을 안하면 게임을 할 수 없는건 아니다. 나와 극히 절친한 어떤 이는 퍼드에 단 한 푼의 돈도 쓰지 않고 100랭크를 넘겨서도 열심히 퍼드를 한다. 퍼드가 돈을 쓰지 않는 플레이어를 구박했다면 그녀가 몇 개월에 걸쳐 퍼드를 하고 있지는 않았을 것이다. 단지 유혹을 참으면 되는 일이다. (말이 쉽지 …)
2. 확밀아의 과금과 겹치는 부분들
한편, 방금 설명한 퍼드의 과금 유혹은 확산성 밀리언 아서와 미묘하게 겹치는 부분이 있다. 부분유료화를 택한 게임에서는 일반적으로, 현질에 대한 욕구별로 유저를 나누어 각 계층의 유저들에게 대응하는 ‘지를만한’ 아이템을 만들어둔다. 확밀아와 퍼드 역시 이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는 편인데, 공교롭게도 여기에서 겹치는 부분들이 눈에 들어온다.
우선 과금을 할 생각이 없는 유저들에 대한 대응. 부분유료화 게임의 과금 관련 디자인에서 일반적인 인식은 ‘한 번이라도 질렀던 유저는 앞으로 언젠가는 다시 지른다’ 와 ‘지금까지 지르지 않았던 유저는 앞으로도 지르지 않는다’ 라는 것이다. 그렇다면 과금 디자인 팀의 당면한 과제는 당연하게도 ‘지금까지 지르지 않았던 이들이 아주 작고 사소한 거라도 한 번 질러보게’ 만드는 것이다. 이에 대해 가장 보편적인 해법은 ‘과금의 맛을 무료로’ 보게 해주는 것이다. 물론 그 맛을 공짜로 너무 많이 즐기게 해버리면 오히려 역효과가 나니까 (돈 안써도 돈 쓴 것처럼 해주는데 왜 돈을 써) 적당한 수준에서 조절을 해야한다.
확밀아에서는 서버다운이든 뭐든 핑계만 있으면 ‘뽑기 티켓’을 준다. 다른 부분유료화 게임에서보다 후하게 주는 느낌이다. 어쨌든 플레이어는 이 뽑기 티켓을 써서 새 카드를 뽑아보고, 게중에 대박이 걸리면 혹하게 된다. ‘서버가 다운되지 않아도 이런걸 해보고 싶다 … ‘
퍼드에서는 확밀아만큼 관대하진 않지만 ‘마법석’을 무료로 나눠준다. 주로 일정한 기간동안 진행되는 이벤트를 마련하고, 이 기간내내 하루에 하나씩 준다. 레어 에그 하나 긁어보려면 마법석이 5개 필요하므로, 이벤트 기간내내 하루에 한번 씩이라도 접속을 하면 5일이면 새 유닛을 하나 뽑아볼 수 있다. (물론 모아서 레벨업을 위한 스태미너 충전에 써도 된다) 확밀아와 마찬가지로 그렇게 해서 뽑은 새 몬스터가 5성 6성이 걸리면 혹할 수 밖에 없다. 아울러 던전 최초 클리어 보상으로도 마법석을 하나씩 주는데, 주로 신규 진입한 플레이어들에게 초장부터 과금동기를 강화해놓으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고 본다. (실제로는 이때 받는 마법석을 다른데 쓰기보다는 모두 쏟아부어 인벤토리를 확장하는게 가장 효율적이다. 속지말자)
요약 : 무과금 유저를 과금 유저로 만들기 위해 ‘과금 맛배기’ 상품을 종종 던져준다.
경(輕)과금 유저에게는 ‘기다림을 줄여주는’ 상품을 내놓는다. 확밀아와 퍼드 모두 게임을 진행하기 위해서는 ‘일정한 시간동안 기다려야 하는’ 장치를 가지고 있다. 시간이 지나야 – 일종의 – 행동력이 쌓이고, 행동력이 있어야 뭐라도 해볼 수 있는 식이다. 여기에 더해 과금을 통해 이 기다림을 줄여주는 장치가 있으며, 두 게임에서 모두 이 장치는 경과금 유저를 겨냥하고 있다. 확밀아에서 돈을 쓰긴 쓰되 많이 쓰고 싶지 않은 유저들은 대체로 녹차와 홍차를 빠는데 돈을 쓴다. 퍼드에서도 돈을 쓰긴 쓰되 많이 쓰고 싶지는 않은 유저들은 대체로 마법석을 약간 사서 결정적 시점 (드래곤 강화 재료 던전이 열리는 시점)에 스태미너를 회복하는데 사용한다. 이 과금 유도책은 앞서 말한대로 ‘기다림을 줄여주는’ 장치이자, 안정적이지만 대박의 가능성은 전.혀. 없다는 공통점을 갖는다. 대신 가격대 성능비는 꽤 괜찮고, 물불 가리지 않고 돈을 쏟아붓는 중과금 유저에 비해 자신이 사는 상품의 가성비를 좀더 따져보는 경과금 유저들에게 알맞다.
요약 : 경과금 유저 대상의 상품은 가성비가 좋다. 주로 ‘기다림을 줄여주는’ 장치를 쓴다.
중(重) 과금 유저들에게는 모험적 성격의 상품을 통해 유혹한다. (어차피 이 계층에 속한 유저들은 똥을 내놓고 사라고 해도 살거라는게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이 상품은 표면적으로는 모험적이지 않다. 일정 이상의 결과를 언제나 보장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좀 다르다. 중과금 유저 대상의 상품들은 그 결과로서 ‘일반적으로 높은 가치’를 지닌 상품을 주긴 하지만, 그 상품이 ‘나에게도 높은 가치’를 지니리라는 보장이 없다. 확밀아에서 내가 원하는 바로 그 카드를 뽑을 방법은 없다. 일단 슈레플이 뜨면 좋긴 한데, 그게 나에게 최적이리라는 보장은 없다. 퍼드에서도 마찬가지다. 나는 꼭 교활한 로키를 뽑아서 내 암흑 속성 단일 파티를 완성시키고 싶지만, 그렇다고 교활한 로키를 강제로 뽑아낼 수 있는 장치는 없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오로지 더 많은 돈으로 더 지르는 수 밖에 없다.
대신 ‘기간 제한 부스트’의 장치를 통해 이런 ‘내가 원하는 것을 갖고 싶은 욕구’를 충족시키는 척 하면서, 돈을 더 뜯어낸다. 일정한 기간동안 자신이 원하는 것이 나올 가능성을 조금이라도 높여 줌으로써 해당 기간동안의 과금욕구를 끌어올리는 것이다. 그러나 어디까지나 가능성이 높아질 뿐이라는게 함정. 직접 그 유닛을 가질 수 있는게 아니다. 전체적으로, 중과금 유저 대상 상품은 흔히들 ‘가챠’라고 부르는 그 장치의 속성 그대로이다.
요약 : 중과금 유저 대상의 상품은 더도 덜도 아닌 ‘가챠’ 그대로이다.
실생활에 비유해보자면 게임 자체를 의식주와 같은 생존을 위한 기본적인 요소라고 할 때, 무과금 유저 대상 대책은 ‘경품 당첨’과 비슷한 정책이다. 어떤 이유로든 공짜로 맛을 보여주고, 이후의 구매로 연결되도록 만든다. 마사지 경품에 당첨됐는데 기본 3회 무료이고, 이후 최대 10회까지 추가 결제시 30% 할인 혜택 쿠폰과 비슷한 느낌? 경과금 유저 대상의 과금 유도책은 비싸지 않은 기호품이라고 보면 되겠다. 저렴하게 즐길 수 있는 레포츠나 음악, 영화 등이 여기에 속한다. 중과금 유저 대상의 상품들은 고가의 사치품에 해당한다. 요트라던가 스포츠카라던가. 목구멍에 풀칠’만’ 하면서 살겠다면야 돈을 쓰지 않아도 무방하지만, 사람 마음이라는게 그렇게 쉽다면 내가 왜 퍼드에 기십만원을 쏟아부었겠는가.
전체적으로 퍼드는 게임 디자인의 핵심적인 세 요소가 우아하고 유기적인 삼위일체를 이루고 있으며, 그 중 허리에 속하는 팀 구성, 다시 그 속에서도 ‘성장’에 관련하여 과금 요소를 촘촘히 깔아두었다, 아울러 서로 다른 과금 욕구를 가진 다양한 층위의 유저들에게 적절히 대응하는 정책들을 모두 가지고 있고 그 효과도 괜찮은 것으로 입증되고 있다. 좁은 화면으로 게임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 스마트폰 게임을 그닥 즐겨하지 않는 나에게 새로운 세상을 – 비싼 돈을 치르고 - 보게 해 준 게임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