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디자인 방법론이나 개발 방법론은 찾아보면 그럭저럭 있는데, ‘게임을 분석하고 비평적으로 바라보는’ 분야에 대한 글은 왠지 본 기억이 드물다는걸 떠올렸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플레이어가 아닌 게임 디자이너로서 게임을 뜯어보는 자세에 대한 글이요.

내친 김에 (사실은 필요가 생겨서 …) 제가 한 번 써볼까하고 끄적거려봅니다. 일단은 제 생각을 좀 정리해보자는 차원에서, 다음으로는 이상한 부분이 있다면 지적을 청하고자, 마지막으로는 혹시나 그런 사람이 있을까 싶지만 이 글로부터 누군가 도움을 (반면교사로라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싶어서입니다.

아래 내용은 전적으로 제 생각이자 주장이며, 일반화하기 어려운 부분들이 많습니다. 따라서 동료인 게임 디자인 실무자분들은 ‘지나치게 일반화한다’며 노여워하지 마시기를, 게임 디자이너가 되고자하는 분들은 이 글의 내용을 너무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이지 않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게임 디자이너로서의 게임 분석은 왜 중요한가 -

게임 디자이너란

이런 포괄적이고 광범하며 자유롭게 정의되어야 할 개념을 애써 좁히고 구체화하려는 시도는 시간과 바이트의 낭비이자 저와 읽는 분들의 정신적 에너지를 낭비하게 됩니다. 따라서 생략합니다.

게임 디자이너의 두 가지의 소양

게임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능력들은 어떤게 있을까요? 저는 크게 두 가지로 나눠서 보는 편입니다.

첫번째는 게임 디자인 자체에 대한 지식과 정보입니다. 이는 게임을 구성하는 게임 디자인 자체에 대한 지식을 의미합니다. 게임을 모르고 게임을 만드는건, 예술적인 측면에서 독창성을 추구하려는 의도라면 그럴 수 있을 지도 모르겠지만 어쨌든 실무를 하는 게임 디자이너로서는 곤란한 일입니다.

게임 디자이너가 가져야 할 이 분야의 지식과 정보에는 다양한 분야들이 있겠죠. 게임의 어떤 매커니즘이 플레이어의 어떤 행동을 유발하게 될지, 어떤 느낌을 전달하는지, 하나의 게임에 포함된 여러 매커니즘들이 각기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등등에서부터 최신 게임 트렌드에 이르기까지요.

여기서 잠깐 다른 얘기를 해보자면, 트렌드를 아는 것은 단순히 시장의 니즈에 부합하기 위해서뿐 아니라, 현재 플레이어들의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서도 중요합니다. 울티마 온라인은 멋진 게임이었지만 현대의 mmorpg 플레이어들은 울온을 뱉어내고 말거에요. 이유는 플레이어들이 계속해서 변화하는 존재들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변화의 동향을 파악하는게 트렌드로도 연결되죠.

두번째는 개발 과정에 대한 지식과 정보, 요령입니다. 게임 개발은 팀 작업입니다. 물론 혼자서 모든걸 다 하시는 멋진 분들도 계시지만 대체로는 팀 작업으로 진행되죠. 따라서 팀 작업에 필요한 다양한 스킬들을 필요로 합니다. 리소스 관리 시스템 사용 법에서부터 다른 사람들과 스케쥴을 맞추는 방법, 프로그래머나 아티스트 등 다른 파트원과 협업하는 방법, 쉽게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필요한 모든 내용을 명료하게 담은 문서 작성법에 이르기까지, 게임 디자이너는 여러가지 것들을 알아야합니다.

이 글의 이하 부분은 아마도 첫 번째 소양에 대해 집중적으로 언급하게 될 겁니다. 이유는 물론 게임을 분석해야하는 이유가 첫 번째 소양과 높은 관련이 있다고 제가 믿고 있기 때문이죠.

직접 경험

‘게임 디자인 자체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익히는 방법에는 다양하고 풍부한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크게 나눠보자면 두 가지 입니다. 사실 이 방법은 딱히 ‘게임 디자인에 대한~’ 뿐만이 아니라 거의 모든 ‘배울 수 있는 ‘분야에 적용될 수도 있겠지만요.

첫번째는 직접 경험입니다. 다른 사람들이 만든 게임을 자기가 직접 플레이하면서 게임을 분석하는 방법이죠. 지금 제가 설명하려는 ‘플레이의 분석’ 이 여기에 큰 비중을 차지합니다. 그러나 직접 경험에는 단점이 있습니다. 들인 시간에 비해 얻는 것이 훨씬 적을 수 있다는 부분입니다. 아예 없지는 않겠죠. 그러나 ‘들인 시간’에 비해서 배운 것은 적다는 얘깁니다. 게임을 통해 자신이 얻은 경험을 이성적으로 분석하고 생각하려는 노력이 없을 때 특히 더 그렇습니다. 아울러 이렇게 많은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에, 온전한 직접 경험을 갖는다는건 꽤 어려운 일입니다. 스탠드 얼론 게임 (stand-alone game) 들은 그나마 좀 쉬울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온라인, 그 중에서도 mmo로 갈수록, 게임의 전체 형태와 형상, 그 게임이 제공하는 모든 경험 제반을 다 겪어 보려면 엄청난 시간이 소요됩니다. 그러나 우리는 공부도 해야하고 일도 연애도 해야하죠. 시간은 제한적입니다. 따라서 모든걸 직접 경험하려는 시도는, 야심차긴 하지만, 성공적으로 해내기에는 쉽지 않은 일입니다. 아울러 그 모든 직접 경험을 ‘정제’하여 자기만의 DB로 만든다는 것은 더더욱 어려울테구요.

한편 직접 경험은 장점도 물론 큽니다. 스스로 체감하므로 개별 요소들이 크게 기억에 남고, 깊은 곳까지 파악이 가능하다는 점입니다. 여기에 더불어, ‘자기만의 해석’이 가능하다는 부분 또한 장점입니다. 직접 경험이 아닌 간접 경험만을 통해 게임 디자인을 배운다면, 이는 결국 그 간접 경험을 전해준 누군가의 생각을 차용하는 일이 됩니다. 물론 그런 여러 간접 경험들을 엮어서 자기만의 게임에 대한 관점을 만들 수도 있겠죠. 그러나 그건 아주 방대하고 많은 지식과 정보들이 모였을 때나 가까스로 가능할 수도 있는, 반대로 말하자면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능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입니다. 직접 경험이 많은 이들은 이런 부분이 좀더 쉽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명확하게 확인하고, 이를 통해 자기만의 ‘게임관’을 형성할 수 있는거죠.

간접 경험

두번째 방법은 물론 간접 경험입니다. 다양한 책과 리뷰, 아티클을 통해 ‘게임 디자인 자체에 대한 지식과 정보’라는 소양을 쌓는거죠. 그 중에서도 학교에서 배우는 수업은 간접 경험의 정수를 모은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간접 경험의 장점은 배우는 효율이 아주 좋다는 것. 짧은 시간 내에 필요한 내용들을 비교적 빠르고 쉽게 익히는 것이 가능합니다. 자기보다 나은, 또는 나와는 의견이 다르기에 나에게 도움이 되는 다른 이들이 생각한 ‘중요하고 핵심적인 부분’들만을 뽑아 빠르게 익힌다는건, 길고 어려운 직접 경험을 통해 얻은게 얼마 없는 경험을 해 본 이들에게 특히 더 행복한 일이 될 겁니다.

그러나 간접 경험 또한 뚜렷한 한계를 가지고 있습니다. 자기가 해보지 않은 게임에 대한 간접 경험은 이해하기 어려운 경우가 생깁니다. 게임 디자인은 암기과목보다는 운동을 하거나 악기를 연주하는 일에 더 가깝습니다. 책만 본다고 되는게 아니라 연습을 많이 해야한다는거죠. 모르는 부분이 있을 때는 잘하는 이들을 보고 공부할 수도 있구요. 그러나 음악과 운동을 배우는데 있어서 이미 능숙한 경지에 이른 선생님의 글이나 강의를 듣는건, 물론 배울 점이 많은 경험이긴 하겠지만, 자신의 능력을 향상시켜줄 수는 없습니다. ‘우아하고 아름다운 선율을 중심으로 섬세한 리듬과 박자를 타고 고조되는 이 곡의 클라이막스는 청자에게 슬픔의 형태로 다가오지만 그 안에 숨겨진 희망을 느끼게 한다’ 라는 글만을 읽어서 곡을 이해하기는 쉽지 않은 것과 비슷합니다.

직접 경험이 중요한 이유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에 대한 설명을 통해 어느정도 느껴졌겠지만, 이 둘은 서로에게 강하게 의존하는 상호 보완적 관계입니다. 직접 경험이 있다면 간접 경험이 전달하려는 내용을 이해하기가 아주 쉽고 편리합니다. 반대로 간접 경험을 기반으로 직접 경험을 쌓는다면 직접 경험만 하는 것보다 훨씬 빠르고 쉽게 필요한 것들을 배울 수 있습니다.

직접 경험과 간접 경험은 상호 보완적이며, 둘 모두 중요합니다. 둘 중 하나만 해서는 절름발이가 되기 때문에, 균형을 잡는게 중요합니다. 그러나 이 ‘균형을 잡는’ 부분에서 약간의 문제가 발생합니다. 둘 사이의 진입 장벽의 차이 때문입니다.

간접 경험은 진입 장벽이 높지 않습니다. 물론 궁극의 진입 장벽인 ‘자신의 의지’ 문제는 피해가는게 불가피합니다. 하기 싫은데 할 수는 없으니까요. 그러나 마음만 있다면 세간에 나온 여러 책들을 읽어보고 그들 중에서 자기에게 필요한 정보를 습득하는건 크게 어려운 일이 아니죠. 그러나 직접 경험은 진입 장벽이 비교적 높습니다. 앞서 설명드린대로 ‘시간과 노력’이 많이 필요하기 때문이죠.

여기까지 들으면 의아한 분들도 있을 겁니다. 게임 디자인을 배우려는 이들은 대체로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이고, 게임을 좋아하는 이들은 당연하게도 게임을 많이 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직접 경험이 진입 장벽이 높다고?

네. 그래도 여전히 높습니다. 왜냐면 직접 경험의 ‘편향’은 아주 광범하고 다양하게 발생하는 일이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게임보다는 하고싶은 게임을 주로 하게 되는게 인지상정이라는거죠. 리그 오브 레전드를 해 본 사람은 아주 많습니다. 그러나 “Aeon of Strife”를 해 본 사람은? aos 또는 moba 장르의 게임을 이해하기 위해서 이 장르의 초기 형태가 어떠했는지, 어떤 과정을 거쳐 현재 이 장르의 가장 큰 히트작인 리그 오브 레전드가 나왔는지를 알아두는건 중요합니다. Aeon of strife가 DOTA와 Chaos를 거쳐 league of legends가 되는 과정을 이해해야만, 이 게임의 초기 단계에서 확립된 요소가 무엇이며, 중간에 배제된 요소는 무엇이고, 그 이유는 왜인지를 전체적으로 파악할 수가 있을 겁니다. 그러나 aos를 해 본 사람은 굉장히 드뭅니다. 현재 한국에서 ‘가장 인기있는’ 장르의 게임에 대해서조차 그렇습니다. 다른 장르에 대해서 이런 현상이 더 크고 광범하리라는 점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죠. (물론 aos는 이해를 돕기 위해 가져온 사례이고, aos라는 게임을 해보지 않았다고해서 무조건 이 장르에 대한 조예가 낮다고 평가하긴 어려울 겁니다.)

그래서 직접 경험은 중요합니다. 직접 경험은, 오랜 기간에 걸쳐 꾸준히 쌓아두면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무협지 식으로 말하자면 내공과도 같습니다. 물론 간접 경험을 통해 알게 되는 다양한 실전 초식들이 여기에 섞여들어가야만 완성도가 높아지는건 물론이지만요.

- 게임 디자이너로서 게임 분석하기 - 

지금까지 게임 디자이너에게 필요한 소양은 무엇인지, 그 중에서도 ‘게임 디자인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쌓는 방법은 어떤 것들이 있는지, 다시 그 중에서도 ‘직접 경험을 통해 게임 디자인에 대한 지식과 정보를 쌓는 것’이 왜 중요한지에 대해 설명드렸습니다. 이제부터는 본격적으로 직접 경험으로부터 게임 디자인의 소양을 정제해내는 방법에 대해 얘기하려합니다.

단,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나름대로는) 최소한의 객관성을 가진 내용이었다면, 지금부터 하려는 얘기에는 주관성이 강하게 개입됩니다. 즉 이는 제 개인의 의견이며, 제가 저에게 알맞다고 생각한 방법을 추려낸 것입니다. 이 점을 꼭 기억해주시고, 여러분 각자가 스스로에게 맞는 분석방법을 찾아보시는 것도 꽤 의미있는 일일거라 생각합니다.

게임의 경험을 기억하기

저는 우선 ‘분석적인 자세’로 게임을 플레이하려고 노력합니다. 여기서 분석적인 자세란 게임의 모든 부분을 세세히 뜯어보고 관찰하고 주시하고 해부하려는 자세가 아닙니다. 오히려 그 반대에 가깝습니다. 전적으로 ‘유저의 입장과 마음가짐으로’ 게임을 플레이합니다. 단, 명심해야 할 것은 ‘가능한한 모든 것들을 기억하려고 노력할 것’ 입니다.

그리고 그 게임을 어느정도 해봤다고 판단될 때, 초기의 경험을 더 이상 기억하는게 어려울 정도로 많이 해봤을 때, 아니면 엔딩을 보고나서, 가장 이상적으로는 ‘이 게임을 더 하고 싶지 않아졌을 때’ 분석을 시작합니다.

게임 디자이너로서 또는 게임 개발자로서 게임을 플레이하려 할 때 흔히 저지르는 실수들 중 하나가, ‘유저라면 절대 하지 않을 행동’을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mmorpg의 경험치 테이블을 작성해보는 등의 행동이 그런 겁니다. 보통 유저는 다음 레벨까지 필요한 경험치의 양을 매 레벨업마다 기록하고 그 변동폭을 주시하지 않습니다. 몬스터들의 레벨대별 분포와 리스폰 타임을 체크하지 않습니다. 각 레벨대별로 주어진 지역의 가용면적을 계산해보거나, 레벨업의 흐름에 따른 보상과 성장의 폭을 비교하지 않습니다.

‘보통 유저’는 그러지 않습니다. 이유는, 그런 행동들은 ‘재미와는 크게 관계가 없기 때문’ 입니다. 유저들은 당연하게도 재미있는 것을 따라갑니다. 숫자를 뽑아내고 면적을 계산하고 뽑아낸 데이터들을 비교대조하는 행동은 그닥 재미있는 일은 아닙니다. 물론 그런 유저들이 없지는 않습니다. 그러나 다수 유저들이 그렇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이런식으로 게임을 플레이하는 유저들은 전혀 다른 동기를 가지고 있죠. 다른 유저들에게 인정받고 싶다거나, 자신이 알아낸 정보를 더 많은 이들과 공유하고 싶다는 등의. 그러나 그런 동기는 ‘게임이 제공하려는’ 동기는 아닙니다. 스스로 가진 동기이죠. 따라서 게임의 자연스러운 흐름과는 다소간의 거리가 있습니다. 이는 ‘게임이 유저에게 제공하려는 경험’이 아닙니다.  

게임 디자인은 ‘경험’을 만들어내고 설계하는 일입니다. 그렇다면 분석의 대상이 되는 게임이 어떤 경험을 제공하는지 주시하는게 게임을 분석하려는 입장에서 가장 비중을 두어야하는 일입니다. 그 경험을 순수하게 겪어보고 체험하는게 가장 중요합니다. 개발자의 시각으로만 게임을 플레이해서는 그런 ‘경험’을 느끼는 것이 어렵습니다. 와우를 하면서 만렙 도적에게 한시간에도 수십번씩 죽어나가면서 반격조차 해볼 수 없었던 저렙 주술사의 억울함은, 개발자가 살펴본 클래스 밸런스 테이블에서 찾아내기 어렵습니다. 소수의 호드가 끈끈하게 뭉쳐 다수의 얼라이언스를 상태로 결코 지지않고 굳건하게 버텨냈을 때 나오는 자부심과 긍지, 소속감 또한 개발자의 로그나 DB에서 찾아보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게임을 하면서는, 전적으로 유저의 입장에서 플레이하려 노력하는게 중요합니다. 대신 그 과정에서 스스로 얻은 ‘경험’을 잘 기억하는 것 또한 아주 중요합니다. 다음 레벨까지 필요한 경험치의 양을 기록하기보다는 특별히 지루하게 느껴졌던 레벨대를 기억하는게 좋습니다. 세세한 개별 수치들보다는 특별히 더 어렵게 느껴졌던 레벨대, 더 쉽게 느껴졌던 레벨대를 기억하는게 중요합니다. 레벨이 올라갈수록 레벨업이 느려진다고 느끼는 페이스 자체를 기억하는게 중요합니다.

한 가지 더, 게임을 ‘플레이’함에 있어 당부드리고 싶은 부분은, ‘가능하다면’ 게임의 가장 뒷부분까지 모두 경험해보시라는 겁니다. 소설이나 영화를 예로 들었을 때, 이 두 매체는 대체로 서사적인 측면이 강하고, 따라서 기승전결의 구조를 따르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러나 기승전결에서 기승까지만 경험하고 이 영화나 소설이 제공하는 경험을 모두 확인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어렵습니다. 게임도 마찬가지입니다. ‘가능하다면’ 끝까지 해보시기를 권합니다. 단, 너무 재미가 없어서, 또는 시간이나 여건이 허락치 않아서 그럴 수 없다면, ‘자신의 경험이 그만큼 제한적이라는 점’을 명심해야 합니다. 게임을 처음부터 끝까지 플레이해보지 못했다면, 그 경험이 갖는 한계를 분명히 인식해야만, 장님이 코끼리를 더듬고 코끼리의 모든 것을 알아냈다고 생각하는 오류를 막을 수 있습니다.

게임 디자인의 의도읽기

앞서의 과정을 통해 여러분은 어떤 게임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여기에서 생겨난 경험을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아직까지는 기억하려고 노력한 것 이외에는 딱히 게임 디자이너스러운 활동이 없었습니다. 이제부터가 본격적으로 ‘게임 디자이너로서’의 활동에 들어갈 때입니다.

자신의 경험 속에서 ‘게임 디자인의 의도’를 찾으려고 노력하세요. 이 게임의 디자이너는 게임의 이런 측면을 통해 무얼 의도한걸까? 저런 장치는 어떤 의미가 있을까? 왜 이걸 만들었을까? 왜 이렇게 만들었을까? 를 생각하려 노력하세요. LOL을 한다고 해보죠. 레벨 디자인부터 살펴볼까요? 왜 레인은 크게 세 갈래일까요? 정글은 무엇 때문에 있을까요? 곳곳에 놓인 풀숲에는 왜 저런 기능을 부여했으며, 드래곤과 남작의 위치는 왜 하필 저곳이며, 타워의 간격은 왜 이렇게 배치되어 있고, 북서/남동에 각 팀의 기지가 있는게 아니라 남서/북동으로 배치된 이유는 뭘까요? 캐릭터로 와도 살펴볼 것은 아주 많습니다. 미니언은 왜 원거리와 근거리로 나뉘어 있을까요? 근거리 미니언의 체력이 445인 것과 수퍼 미니언의 체력이 1500인 것은 왜일까요? 챔피언은 왜 여러 스펠들 중 두 개만을 사용할 수 있는걸까요? 각각의 스펠이 담은 디자이너의 의도는 무엇일까요? 새로운 챔피언이 가진 스킬들은 이 챔피언을 어떤 캐릭터로 규정하고 있나요? 게임 디자이너는 왜 이 타이밍에 이러한 챔피언이 필요하다고 판단했을까요?

물론 게임에 담은 모든 부분의 모든 의도를 찾아내는 것은 현실적으로 아주 어려운 일일겁니다. 장편 소설의 모든 문장을 하나하나 다 작가의 의도를 고려해가며 읽기는 어렵듯이요. 그러나 여러분이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의 ‘게임 디자이너의 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게임을 분석하는데 있어 필수적입니다. 그 자체로 여러분의 게임에 적용할 수 있을 뿐더러, 의도와 현실 사이의 괴리와 원인을 파악함으로써, 그리고 각 의도들이 맺고 있는 관계를 통해서도 게임을 포괄적으로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거든요.

한편, 게임 디자이너가 이 게임의 구석구석에 새겨넣은 모든 ‘의도’들을 짐작함에 있어, 확신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습니다. 물론 직접 디자이너에게 꼬치꼬치 캐물을 수 있다면 좋겠지만, 그럴만한 기회는 좀처럼 주어지지 않겠죠. 따라서 일종의 ‘검산’이 필요합니다. 우리가 짐작해 낸 게임 디자인의 의도가 맞는지를 간접적으로나마 한 번 더 확인하려는 노력이죠. 물론 다양한 방법들이 있겠지만, 저는 주로 ‘유일성’을 중심으로 이를 확인하는 편입니다. 유일성이란 (내가 짐작해 낸) 게임 디자인의 의도를 달성하기 위해, 실제 게임에 적용된 방법이 ‘유일한 것이었나?’를 생각해보는 겁니다. 대안은 없었는지, 꼭 이렇게 해야만 했는지를 생각해보면 – 이 질문에 대해 언제나 명확한 답이 주어지는 것은 아닙니다만 – 자신이 짐작한 ‘디자인 의도’가 어느정도 정확한지에 대해 포괄적인 판단을 내리는 것이 수월해집니다.

아울러 게임 분석의 이 과정에서는 앞서 설명한 ‘개발자처럼 플레이하는 행동’이 필요할 수도 있습니다. 어떤 mmorpg를 하는데 30레벨에서 35레벨까지가 무척 지루했다고 해보죠. 이 구간에 퀘스트가 별로 없어서 그랬을까요? 파티가 잘 잡히지 않아서? 아니면, 그냥 레벨업에 필요한 경험치가 이 구간에 급격하게 증가해서? 이걸 확인하기 위해서는 구체적인 경험치 테이블을 만들어보고 확인할 필요가 있겠죠. 다른 레벨대에 비해서 전체 퀘스트의 숫자가 적지는 않은지, 아니면 이 레벨 구간부터 다른 플레이어들의 숫자가 급격하게 감소했기에 파티를 잡는게 어려웠던건 아닌지. 그러나 그 바탕에는 언제나 ‘30레벨에서 35레벨까지가 무척 지루했다’ 라는 플레이어로서의 경험이 자리하고 있어야 합니다.

온전한 유저로서의 경험을 건져내는게 먼저이고, 그 다음이 게임 디자이너로서의 분석적 시각을 적용할 때라는거죠.

의도와 결과를 비교해보기

한편, 디자이너의 의도와 그 결과가 언제나 일치하리라는 법은 결코 없습니다. 그게 가능했다면 세상은 참 아름다웠겠죠. 영화 감독의 의도는 영화를 보는 모든 이들에게 전달되고, 소설가의 의도는 독자에게 모두 전달되고, 여러분이 짝사랑하는 분을 향한 마음과 의도가 그 분에게 모두 순수하게 그대로 다 전달된다면 정말 멋질 겁니다. 그러나 불행히도 그렇지는 않습니다.

게임 디자이너의 의도도 마찬가지입니다. 디자이너가 게임 디자인을 통해 전달하려했던 경험이 온전하게 플레이어에게 전달되리라는 보장은 결코 없습니다. 여기에서, 크게 네 가지의 일이 파생될 수 있습니다. 첫번째는 디자이너의 의도가 게임에 의해 잘 발현되고, 플레이어는 그걸 재미있고 의미있는 경험으로 받아들이는 경우죠. 바람직하며, 우리 모두가 원하는 경우입니다. 두번째는 디자이너의 의도가 게임에 잘 발현되었지만, 플레이어는 그걸 의미있거나 재미있다고 받아들이지 못하는 경우입니다. 애초의 의도 자체가 뭔가 잘못된 부분이 있었던거죠. 세번째는 디자이너의 의도가 플레이어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하고, 그 결과 플레이어가 의미있거나 재미있는 경험을 하지 못하는 경우. 마지막 네 번째는, 디자이너가 의도한 것은 아닌데 플레이어는 의미와 재미가 담긴 경험을 하게 되는 경우입니다.

일반적인 플레이어는 게임 디자이너의 의도를 짐작할 이유가 없습니다. 게임 플레이가 주는 경험이라는 결과물을 두고 그것이 만족스러웠는가 아닌가만 생각하면 됩니다. 플레이어의 사고는 거기에서 종료됩니다. 그러나 게임 디자이너로서 게임을 분석할 때는 여기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야 합니다. 결과물이 만족스럽든 아니든 왜 그런 결과물이 나왔는지를 확인해야한다는 것이죠. 이때 우리가 앞 단락에서 짐작해 낸 ‘의도’가 개입합니다. 게임이 주는 경험이 만족스러운가요? 그렇다면 이 만족스러운 경험은 게임 디자이너의 의도에 따른 것인가요 아닌가요? 맞다면 왜 그렇고 틀리다면 왜 그런가요? 반대로 그 게임의 경험이 만족스럽지 못하다면, 그것은 디자이너의 의도가 잘못 전달되었기 때문인가요? 제대로 전달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요? 또는, 제대로 전달되었음에도 그닥 감흥을 주지 못한다면 그것은 또 왜인가요?

어떤 게임을 두고 여러분이 스스로에게 묻는 이런 질문들에 대한 대답이 여러분에게 교훈이 됩니다. 의도와 결과가 일치하는가 아닌가를 가르는 그 ‘이유’들이 말이죠. 참고로 그 이유들을 찾아내는 과정은, 전에 설명한 ‘간접 경험’ 에서 배운 내용들이 크게 작용합니다. 이미 머리에 들어 있는 이론을 끄집어내어 실제 사례에 적용함으로써 빠르고 쉽게 이해가 가능한거죠. 결국 지금까지 제가 설명해 온 길다란 얘기들은 모두 이 순간을 위한 준비 과정이었습니다. 게임이 제공하는 경험이 만족스러운가하는 질문에 대해 게임 디자이너의 의도와 플레이어의 경험이라는 기준을 통해 답변을 시도해보고, 그 답이 나온 이유를 되새겨보면서 도움이 되는 뭔가를 알 수 있게 되는거죠.

한 가지 더, 드물긴 하지만 디자이너가 의도치 않았던 어떤 요소가 플레이어에게 만족감을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가장 흔하고 명백한 예로는 인터넷에 많은 다양한 ‘웃긴 버그 영상’이 있겠죠.

http://www.youtube.com/watch?v=exhMLCeP9Pc

버그는 게임 디자이너가 의도하지 않은 요소임이 명백합니다. 그러나 어떤 버그들은 웃음을 주죠. 한편 꼭 버그만이 그런 것은 아닙니다. 의도치 않게 재미를 주는 요소들은 무척 다양합니다. 그럼 이들은 의도와는 무관하므로 버려야할까요? 물론 아닙니다. 왜 재미있는지, 유용한지, 의미가 있는지는 여전히 중요한 질문입니다. 이 내용과 완전히 일치하지는 않지만 좋은 사례가 있습니다. IMC 게임즈에서 개발한 그라나도 에스파다는 한 명의 플레이어가 여러 캐릭터를 동시에 조작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장치를 만든 이유로 개발자인 김학규씨는 ‘유저들이 mmorpg를 플레이하며 멀티클라이언트를 자주 사용하는 데에서 영감을 얻었다’라고 말하고 있죠. 멀티클라이언트를 사용하여 게임을 진행하는건 그 게임을 디자인 한 디자이너의 의도로 보기 어려울 겁니다. 그러나 실제 플레이어들은 많이들 그렇게 하고 있었고, 김학규씨는 이것을 ‘게임 디자이너의 의도와는 다르지만 어쨌든 유저들이 재미있어하고 의미를 부여하는 플레이행동’이라고 보았습니다. 그리고 이를 그라나도 에스파다에 반영한 것이죠.

게임은 유기적 매체

게임 디자인의 의도를 파악하고 이를 게임 플레이가 주는 실제 경험이라는 결과와 나란히 살펴보는 방법에 대해 말씀드렸습니다. 이 방법을 통해 우리는 게임의 어떤 한 가지 요소를 단순히 게이머로서 플레이할 때보다는 좀더 깊이 있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물론 어떤 게임에 담긴 아주 중요한 요소를 딱 한 가지만이라도 제대로 이해할 수 있다면 그건 아주 좋은 일이겠지만, 여기서 더 나아갈 수 있다면 더 좋겠죠. 이를 위한 힌트는 게임이 꽤 유기적인 매체라는 겁니다. 게임의 모든 요소들은 서로 다른 요소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관계들은 게임 자체에 다양한 영향을 미치며, 전체 경험의 형성에 중대한 역할을 합니다.

따라서 게임을 보다 자세히 살펴보고픈 욕심이 난다면, 스스로 알아낸 그 게임의 여러 요소들이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살펴보기를 권합니다. 예를 들어 파티플레이를 보죠. 파티플레이는 독립적으로 존재할 수 있을까요? 그저 파티를 맺는 것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습니다. 파티플레이를 통해서만 클리어 가능한 던전이 존재하고, 파티용 버프를 뿌리거나, 지도 상에서 다른 파티원의 위치를 표시해주는 등의 장치는 모두 파티플레이 중심으로 짜여진 요소들이죠. 그렇다면 파티 플레이가 의도하는 것이 무엇인가를 살펴봄과 동시에 던전의 구성과 버프의 체계, UI상의 특정한 장치들 또한 함께 살펴본다면, 게임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됩니다.

한편 이런 게임 내 요소들간의 관계는 반드시 긍정적이지만은 않을 수도 있습니다. 어떤 요소가 다른 요소와 충돌하며 서로간의 의도를 상쇄하거나 마찰을 빚는 경우도 많죠. 방금 예로 들었던 파티플레이를 볼까요? 간단하게 와우만 봐도 그렇죠. 보스 몬스터를 잡고 나온 아이템을 ‘누가 갖느냐’하는 문제는 여러 분쟁의 씨앗이 되었고, ‘닌자’라는 단어에 새로운 의미를 부여하기도 했습니다. 파티플레이를 하지 않는 경우 닌자 문제나 전리품 획득을 둘러싼 분쟁은 생겨나지 않죠. 게임의 전리품 획득 규칙과 파티플레이 간에 서로 어긋나는 부분이 있는 겁니다. 파티플레이를 통해 쌓인 즐거운 경험이 전리품 분배 과정에서의 다툼으로 인해 안좋게 끝나거나, 이 다툼이 (약간일지언정) 파티플레이의 동기부여를 약화시키기도 하는 경우들이 그렇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게임은 유기적인 매체입니다. 세상의 많은 일들이 그렇지만, 일면, 단면만 봐서는 전체를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게임도 마찬가지로 여러 측면들을 살펴보고, 각각의 측면들이 다른 요소들과 맺고 있는 관계에 대해 잘 생각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그 속에서 어떤 일들이 생겨나고 있는지를 잘 관찰하여 게임을 유기적인 매체로서 거시적으로 볼 수 있는 시각을 기르는건, 게임 디자인을 공부하는데 큰 도움이 됩니다.

게임’들’을 이해하기

많은 게임에서 체력을 표시하기 위해 빨간색을, 마나를 표시하기 위해 파란색을 사용합니다. 이렇게 디자인 한 의도는 무엇일까요? 답은 ‘다른 게임들도 모두 그렇게 하니까’ 입니다. 단순히 이렇게만 대답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으니 좀더 부연해보자면, 체력을 빨간색으로, 마나를 파란색으로 표현하는 것은 일종의 게임에 있어서의 ‘관습’ 입니다. 이 관습은 게임 개발자들 뿐 아니라 게이머들에게도 광범하게 공유되고 있죠. 따라서 체력을 파란색으로, 마나를 빨간색으로 표현하면 게이머들은 무척 혼란스러워 할 겁니다. UI는 ‘기능적인 필요를 충족’ 시키는 것이 중요한 분야이고, 따라서 불필요한 혼란을 야기할 필요가 없으므로 많이들 이런 관습을 따릅니다.

한편 이 관습은, 그 게임이 만들어 낸 것이 아닙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그 게임 내적으로는 의도를 찾기 어렵습니다. 그러한 관습을 형성한 것은 그 게임이 개발되기 전에 있었던 다양한 많은 게임들이거든요. 따라서 좀더 시야를 넓혀야만 의도를 파악할 수 있게 됩니다.

게임은 꾸준하고 지속적으로 발전하고 변화합니다. 발전과 변화의 토대는 당연히 이전 세대의 게임입니다. 와우의 PvE는 어느날 갑자기 하늘에서 떨어진 것이 아닙니다. 전세대의 게임인 에버퀘스트에서 많은 부분을 차용했죠. 파티플레이를 예로 들면 그 존재에서부터 탱딜힐의 구성, 이에 맞서는 몬스터의 어그로 개념까지요. 그럼 와우는 적어도 파티플레이에 있어서는 에버퀘스트의 표절작일까요? 그건 너무 가혹한 평가가 아닐까 싶습니다. 와우는 에버퀘스트를 차용하되 이를 좀더 적극적으로 개선했기 때문입니다.

에버퀘스트에서 최대 8인까지 가능하던 파티구성원의 숫자는 와우에서 5인으로 줄었습니다. 클래스별 역할의 구분이 칼같이 명확했던 에버퀘스트와는 달리 와우의 많은 클래스들은 사실상 (에버퀘스트에 비하면) 하이브리드라고 봐야합니다. 이런 ‘변경’의 의도는 뭘까요? 저는 그 의도를 에버퀘스트가 가지고 있던 파티결성과 운영의 어려움을 덜어주려는 것이었다고 봅니다. 파티장 혼자서 7명을 더 모아야 하는 경우보다는 4명만 더 모으면 되는 구조가 파티를 모으는데 드는 수고를 좀더 덜어줄 수 있겠죠. 탱커를 할 수 있는 몇몇 클래스가 정해져있는 것보다는, 누구든 유연하게 탱커를 할 수 있다면 마찬가지로 파티를 모으는데 드는 수고가 줄어들 겁니다. 즉 와우는 에버퀘스트의 파티플레이가 가지고 있던 몇몇 어려운 점들을 능동적으로 개선해냈고, 그 결과가 5인 기준 파티와 (거의) 전 클래스의 하이브리드화 입니다.

와우’만’을 해 본 사람은 아마도 와우의 파티플레이가 왜 5인 기준인지, 왜 많은 클래스가 하이브리드의 형태를 띄고 있는지를 이해하기 어려울 겁니다. 즉, 게임 디자이너의 의도를 찾아내기 어려울 겁니다. 그러나 에버퀘스트를 해 본 사람이라면 이를 쉽게 파악할 수 있습니다.

결국 게임의 많은 요소들은 그 게임 외부의 다른 게임들과 생각보다 많은 관련을 가지고 있습니다. 따라서 다른 게임들을 파악하지 못하면 그들 중 상당수를 이해하는데 어려움을 겪게 됩니다. 이것이 게임을 분석함에 있어 더 넓은 시야를 가져야만 하는 이유입니다. 그리고 더 넓은 시야는 다양한 게임들을 깊이 있게 플레이함으로써 얻을 수 있습니다. 아울러 이는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다양한 게임들을 꾸준히 오래, ‘게임 디자이너의 시각으로’ 플레이하는 것이 ‘내공’으로 작용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구요.

하나의 게임에 ‘전적으로 그 게임에서만 찾아볼 수 있는 요소’는 의외로 드뭅니다. 이를 다른 관점으로 보자면, 그 게임과 유사한 다른 게임들을 오랫동안 플레이 해 온 사람이라면, 하나의 게임을 살펴보는데 있어 큰 시간과 노력이 들지 않는다는 얘기도 됩니다. 그 게임만이 가진 독특한 부분들을 살펴보는 것만으로 족하거든요. 따라서 오랜 세월동안 ‘게임 디자이너로서의 관점’으로 많은 게임을 플레이하다보면, 어느 시점 이후로는 게임 하나를 플레이하고 분석하는데 드는 노력은 생각보다 적어집니다. 다른 게임들과 겹치는 부분들은 최소한의 확인 만으로도 넘어갈 수 있으니까요.

정리

게임을 플레이할 때 전적으로 유저의 입장에서, 게임이 전달하는 경험을 온전히 받아들이도록 노력하세요. 대신 가능한한 많은 것을 기억하는게 중요합니다.

일단 게임이 지겨워지면 이제 본격적인 분석을 시작할 때입니다. 자신의 경험 뒤에 있는 게임 디자이너의 의도를 짐작해보세요. 이 과정에서 ‘유일성’을 중심으로하면 어느정도 정확한 의도를 감지해내는게 가능합니다. 물론 100% 정확하게 찍어내는건 불가능하겠지만요.

게임 디자이너의 의도가 짐작이 되면 이제 그 의도와 결과 사이의 관계 및 이유를 고민해보세요. 잘된건 왜? 안된건 왜? 그리고 우연찮게 잘 된건 왜?

게임의 어떤 요소들을 이런 식으로 분석하고나면, 게임을 전체적으로 파악하려고 노력하세요. 게임은 유기적 매체이며, 독립된 부분들 사이의 관계망을 그려보는건 게임의 전체 모습을 확인하는데 아주 중요한 문제이니까요.

관심있는 분야의 여러 게임들을 다양하게 접하면서 이런 과정들을 반복하다보면 이후의 게임들을 분석하는데 들어가는 노력은 점점 줄어들고 효율은 보다 좋아집니다. 주로 어느정도의 유사성을 공유하는 다양한 게임들 – 흔히 장르라고 부르죠 - 을 장기간에 걸쳐 이런 방식으로 플레이 해본다면 자기만의 체계적인 지식을 쌓을 수 있겠죠. 어디가서 잘난 척을 하기에 좋습니다.

마지막으로, 게임을 플레이해보는 것 못지않게 간접 경험 또한 중요하다는 점을 잊지 마세요. 제가 ‘게임 개발’에 관심을 갖기 시작할 시기에는 게임에 대한 독립된 글은 거의 접하기가 어려웠고, 책은 그 내용이 허술한 경우가 많았습니다. 따라서 양질의 간접 경험을 하기도 힘들었죠. 요즘은 다릅니다. 서점에 깔린 게임 디자인에 관련한 서적들 중 상당수는 풍부한 실전 경험과 깊은 사색을 거친 대가들의 저작인 경우가 많습니다. 직접 경험을 통해야만 완성될 수 있긴 하지만, 다양한 간접 경험들은 여러분이 알고자하는 내용의 정수만을 뽑아 이해하기 좋도록 다듬어 놓은 것임을 잊지 마세요.